제목 아름다운 미디어환경을 위해,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 통권volume.35
날짜 2014-09-23 15:18조회1182
아름다운 미디어환경을 위해,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춰 살아가느라 힘든 건 비단 어른들 뿐만이 아니었다. 교과 과정이 바뀌고, 교과서가 바뀌고, 배움의 도구들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시대의 최전방에 있게 되었다. 특히 정보의 바다, 인터넷 없이는 아무것도 논 할 수 없게 되면서 빠르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기기들과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짜, 잘~!’ 사용하여 건강한 미디어 발전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바로, 인터넷 선진국 1위 대한민국, 여러분의 가정에서부터.
 
글 노서림
 
 
“인간의 역사 속에는 늘 축제의 문화가 있었어요. 놀이로부터 모든 창의력도 나와요. 축제는 놀이거든요. 특히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 자체가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것이에요. 뇌도 발달하고요.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를 잘 분별하고 절제해서 오프라인에서 잘 놀았으면 좋겠어요.”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의 말이다.
편리하고 좋아진 문화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그 때부터 문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허나 그렇지 못한 우리네 현주소가 그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가 전하는 ‘제대로 만나는 미디어이야기’,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알아야할 지침이겠다.

Q.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A. 94년부터 미디어시민운동을 했어요. 특히 아이들 유해환경을 위해 일했어요. 그 때만해도 유해환경이 술집, 담배 이런 거였는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유해환경이라는 것이 물리적 공간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나 성품,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주는 사이버 환경, 미디어 환경으로 많이 넘어갔고요. 그래서 미디어를 규제하고 올바로 사용하기위해 가르치는 운동, 즉 문화소비자 운동을 95년부터 하게 됐어요. 그렇게 쭉 해오다가 2004년 말에 미디어 교육을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듬해 2005년 2월말 센터를 설립했어요.
미디어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예요. 아이들에게는 오락, 놀이의 도구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흐르고, 즐기게 되고, 영향 받는 미디어를 일컬어 놀이미디어교육센터라고 이름 지었어요.
 
Q. 그렇군요,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A. 절제력과 분별력을 길러주는 거예요.
뷔페에 갔는데 김밥만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이상하지 않겠어요? 마찬가지예요. 그 많은 좋은 정보들을 놔두고 음란물과 폭력물만 접하는 우리 아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거예요. 인터넷에 좋은 정보들이 많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게임과 음란물을 더 많이 찾아요. 자극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좋은걸 선택하고 나쁜 걸 걸러내는 분별력이 반드시 필요해요.
두 번째는, 분별해도 절제하는 능력이 없으면 너무 많은 시간을 그 곳(미디어)에서만 할애하게 되기 때문에 절제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해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잘’ 놀 수 있어요.
 
Q. 그럼 소장님께서는 아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안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네, 사실 10살 미만 어린이들에게는 영상미디어를 보여주지 않는 게 좋아요.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지고 놀 때는 중얼거려요. 근데 스마트폰을 할 때는 조용해요. 부모님들이 조용히 하라고 스마트 폰을 보여주시는 데 정말 위험한 거예요. 입을 놀리지 않으면 뇌 발달이 되지 않거든요.
사람의 전두엽은 30%는 양손으로, 25%는 입으로, 15%는 양발로 연결되어 있어요. 즉 입과 손과 발을 놀려야 뇌가 자극을 받아 발달할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애들 5명이 모였는데 스마트폰이 아무도 없다면 애들은 뭐하고 놀까를 궁리하게 될 거고, 엄마가 쫓아내고 싶을 정도로 시끄럽게 놀 거예요(웃음). 바로 손과 발과 입을 놀리는 것이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다면 조용하겠죠. 물론 뭘 해야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잡으면 무기력해지고 의기소침해져요. 스마트폰이 모든 재밌는 것을 대신하니까 아이들이 할 일이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부모님들 강의 때, ‘심심해야 별짓을 다한다.’ 라는 말을 강조해요. 아이들은 철저하게 심심해해야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심심하게 만들어 주어야 해요. 하지만 요즘 어머님들은 아이가 심심할까봐 TV 켜줬다고 말씀하세요. 잘못된 겁니다. 정상적인 아이라면 심심하다고 절대 멍하니, 가만히 있지 않아요. 책 봅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도 TV를 치우고 2, 3일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책을 보게 되요. 책을 가까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심심해야 하거든요. 스마트 폰을 들고서 ‘심심하니까 책 봐야지’ 라는 생각, 전혀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책 안볼 것 같죠? 일단 해보세요. 점점 익숙해져서 두 세 달만 지나면 습관이 싹 바뀔 거예요.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어휘가 발달하지 않아요. 지금 또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교과서 수준의 단어를 모른다는 겁니다. 교과서를 봐도 이해를 못해요. 요즘 애들은 다 만화로 된 것을 보거든요. 앞 뒤 문맥을 살펴서 단어의 뜻을 유추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건데, 글이 아닌 만화를 보고 유추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죠. 어휘력을 늘리려면 어휘가 풍부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요, 그래야 생각도 깊어집니다. 하지만 단순한 만화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의 대화를 하게 되는 거예요.
 
Q. 태블릿 pc로 하는 교육 콘텐츠가 많은데, 그런 것은 어때요?
A. 부작용이 더 커요. 영상이미지는 후두엽에 각인이 되요. 오리나 닭들이 알에서 깨어날 때 앞에 보이는 것이 엄만 줄 알고 쫓아다녀요. 이것이 각인 효과예요. 영유아 애들이 영상을 보면 그것만 찾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 아무리 교육적이라도 내용보다 이미지가 각인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것이 없으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거든요. 학습이 아니라 그냥 익숙한 거죠. 아이들이 영상매체로 한글을 배운다고 해도 그 한글을 글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인식해요. 그렇기 때문에 종이와 펜을 줘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태블릿 pc로 학습했다가 종이로 된 학습도구를 쥐어주면 아이들에게 먼저 나오는 행동이 뭔지 아세요? 바로 손으로 누르는 겁니다. 태블릿 pc의 터치스크린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이죠. 그래서 반응 없는, 인쇄물로 된 학습지는 이미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렸어요. 이것이 팝콘 브레인*입니다.
 
Q. 그렇다면 10살 이상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주어야 하나요?
A. 10살 이상 아이들에게는 ‘필요(Needs)’와 ‘욕구(Desire)’를 구분할 수 있게 가르쳐줘야해요.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중독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요, 그럼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인터넷 중독자인가요? 아니죠, 일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이것이 필요예요. 그러나 중독은 욕구, 탐닉, 내가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이것이 필요와 욕구의 차이예요. 졸린 데도 잠을 안자면서 게임하는 게 중독이죠, 욕구니까요.
또 책상에서는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이고, 게임은 오락실에 가서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어야 해요. 오락실에서 책 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웃음). 정말 인터넷이 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만을 사용하도록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면 부모님과 합의된 시간에만 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가 일하기 위해, 필요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Q. 근데요, 아무리 이 부작용들을 잘 알았다고 해도 현 사회에서 스마트 폰을 떼기가 힘들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힘들어도 일단 끊어야 해요. 장담컨대 두 세 달이면 정상적으로 돌아와요. 다 할 수 있어요. 애착이 된 줄 모르고 그려려니 두면 심각해지는 거예요.
다들 아시다시피 어릴 때부터 오감을 이용하는 학습법을 꼭 해야 해요. ADHD*가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 거예요. ADHD 아동은 강한 자극에 익숙해서 더 많은 자극을 받아야만 뇌가 안정되거든요. 조용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아동 스스로가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 소리 지르고 불안하게 움직이고 하는 겁니다.
10살까지는 교육용비디오는 없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내용자체는 교육적이라도 아이들은  생각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그냥 이미지만 머리에 찍히고 말거든요. 만 5세까지는 특히 절대적이고요. 심심해서 놀고, 심심해서 책보고 사고해야 해요. 그렇게 토대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가능합니다. 이 토대가 없으면 아이들이 절제할 수 있는 능력들이 사라져요.
반복적이고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아이를 망칩니다.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는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지, 사용해야 한다면 아이들이 보는 영상이나 게임은 깔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이 저것은 전화를 걸고 받을 수만 있는 기계이라는 걸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말이죠.
 
Q. 많은 부모들이 고민할거 같은데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조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위험을 인식시켜줘야 하고요, 가치를 키워주어야 해요.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더 위험한 것이라고 가르쳐주세요. 그렇게 생각의 힘을 키워주세요. ‘나는 달라’ 라는 가치관을 심어주세요. 친구들이 더 많이 스마트폰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Q. 소장님께서는 분명 미디어 기기가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시죠?
A. 절대로 아니에요. 분별하고 절제해서 정말 잘 사용하자는 의미입니다. 저도 스마트 폰 사용자인걸요(웃음).
 
Q. 많은 미디어 업체에서 항의가 들어올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A. 법을 개정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할 뿐이지 교육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잘 쓰도록 하고, 준비 되서 사용하게 하자는 취지니까요. 다만 셧다운(Shutdown)제도* 같은 것을 만들면 ‘저 사람은 게임을 싫어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공격하세요(웃음). 혹시 인터넷에 제 이름 쳐 보셨나요? 엄청 나게 많은 욕을 볼 수 있어요(웃음). TV 토론 같은 곳에 나오면 전화도 많이 와요. 하지만 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몫인 것 같아요. 게임으로 이익을 창출해서 먹고살아야하는 입장과는 판이하게 입장이 다른 것 같아요.
 
Q. 교육철칙을 가지고 계신가요?
A. 딱히 교육의 철칙이라고 할 것까진 없어요. 말씀드렸듯이 ‘아이를 심심하게 두자’ 라는 정도 예요.
 
Q. 소장님은 자녀와 잘 놀아주시나요?
A. 네, 많이 놀아주는 편이에요. 집에 가면 100% 아이와 놀아요. 오늘 아침에도 같이 탁구치고 왔는걸요(웃음). 어릴 때는 주말에 수영도 같이하고 검도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검도학원도 등록해서 다니고, 농구도 가르쳐주고 그랬어요.
 
Q. 와, 진짜 좋은 아빠신거 같아요.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아빠만의 역할이 있으시다면요?
A. 아빠도 아이들 양육에 꼭 참여해야 해요. 대부분 아빠들의 생각은 아이양육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아이 양육의 반 이상은 아빠의 몫이에요. 아빠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지구상의 70억 인구 중에 아이가 아빠라고 불렀을 때, 반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너'다. 당신의 아이가 아빠라고 불렀는데 대답하려는 순간, 옆에 다른 놈이 먼저 대답한다면 그건 불륜이다(웃음). 당신의 친구가 불러내는 곳에는 안가도 된다. 그 친구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딴 친구를 불러내면 되니까. 하지만 아이가 아빠를 찾는 곳에 함께하지 않으면 이 아이는 누구하고도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다른 사람이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정이 깨지는 것이다. 이것이 아빠의 존재다. TV, 스마트폰의 자리에 아빠가 있어야 한다. 아이와 충분히 놀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요(웃음).
 
Q. 마지막으로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비전과 소장님의 개인적인 비전에 대해 알고 싶어요.
A.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비전은, 다음세대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부모님들이 이 교육을 잘 소화하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거예요(웃음). 저는 꿈은 없어요. 단지 나를 잘 돕고, 아내와 자녀를 잘 돕고, 이웃을 잘 도와서 우리 모두가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이메일 아이디가 헬퍼(Helper : 돕는 사람)예요. 정말 우리가 풍성한 삶을 공유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영역 중에 하나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팝콘브레인(Popcorn Brain)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 또는 무기력해지는 현상
* ADHD  정상적인 활동성을 넘어 과잉행동을 자주 보이고, 주의 산만과 충동성, 학습장애가 동반되는 소아청소년기의 정신과적 장애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도 한다.
* 셧다운(Shutdown)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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