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슈퍼맨 아빠 어디가? 통권volume.36
날짜 2015-01-22 21:06조회1213
 
슈퍼맨 아빠 어디가?
 

 
 
2014년 봄부터 지상파 3사의 TV의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보다 더 무서운 ‘아이들’이 접수했다.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은 물론 대한민국이 온통 아이들의 귀여움과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예전의 TV 속 아이들의 육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과 함께 자고, 먹고, 뛰노는 사람이 엄마가 아닌 아빠다. 언제나 무뚝뚝하고 밖에서 일만하던 아빠가 육아를 당차게 해결하는 ‘슈퍼맨’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글  김복수

 
아버지의 변화를 부르는 사회
 
사람은 태어나는 동시에 부모-자녀의 관계를 맺게 되고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성장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자녀의 관계 속에서 부모의 행동을 모델로 하여 사회 속에서 갖게 되는 여러 지위에 적절한 역할수행을 배우고 자연스레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간다. 이처럼 아이의 탄생과 함께 주어지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들의 부모를 포함한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아이들이 채 잠을 깨기도 전에 새벽같이 집을 나서 하루 종일 직장에서 녹초가 되도록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며 늦은 잠을 청한다. 아버지는 일을 통해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여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도구적 역할로서 자녀에 대해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을 당연시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상이었다. 이렇게 1970년대 이전까지는 자녀 양육의 문제는 전적으로 어머니 ‘고유’의 책임으로 간주되어 왔다.
가정은 아이가 자라면서 사회적 능력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최초로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유아의 사회적 능력은 아버지의 영향을 포함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받고 유아의 다양한 사회적 행동 양상 역시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유아기에 부모-자녀 관계를 통하여 형성되는 친밀한 경험은 유아기뿐 아니라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성격과 행동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핵가족화, 남녀의 성역할 개념의 변화, 그리고 워킹맘의 증가와 그에 따른 양육과 가사분담으로 인하여 아버지 역시 자녀의 양육에 동참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증가하였고, 한편으로는 유아의 성장 발달에 있어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버지의 역할이나 참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자녀양육에 적극적인 ‘슈퍼맨 아빠’의 출현

아이는 생후 1년 이내에 특정 대상, 즉 부모와 서로 밀접하면서도 상호의존적인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때 형성된 애착이 아동기의 모든 발달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성인기에까지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특히 유아기에 아빠와의 유대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던 아이는 성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애착형성에 있어 아빠의 역할수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렌드(friend)와 대디(daddy)를 합친 프렌디(friendy)는 친구와 같은 아빠라는 뜻으로, 육아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아빠를 지칭하는 신조어. TV 예능 프로그램 속 많은 아빠들은 48시간 동안 방송인, 연예인이 아닌 육아를 전담하는 ‘프렌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렌디는 사회 복지의 원조인 북유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주5일제 시행과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프렌디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아이의 사회성 형성이나 성 역할 인지에 엄마의 양육효과만큼이나 아빠의 양육도 교육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빠른 속도로 유행하고 있다.
 
 
 
나는 이쿠맨이다

‘이쿠맨’은 육아를 뜻하는 일본어 ‘育(イク)’과 남성을 뜻하는 ‘men’의 합성어인데, 육아 참가에 솔선하며 매우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한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복지부와 같은 기관인데 2010년 ‘이쿠맨 프로젝트’를 발족하고 적극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였다.
더불어 지자체와 비영리 민간단체(NPO)를 중심으로 아빠들의 양육을 돕기 위한 ‘이쿠맨 스쿨’을 진행하는 곳도 늘어났으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이쿠맨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엄마를 메인 타깃으로 한 유아용품은 엄마의 취향에 맞춘 디자인과 컬러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최근들어 아빠를 위한 군복 계열의 컬러나 부모가 모두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컬러를 활용한 유모차와 베이비 캐리어 제품이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쿠맨을 위한 제품 중에는 아기 전용 손톱깎이(가위) 제품도 있었는데 아빠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손가락이 들어가는 구멍을 크게 만들어 소위 ‘대박’ 났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 설문조사(네트에이지어)에 따르면 44.4%의 일본 남성이 스스로를 이쿠맨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적인 아빠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며 양육은 온전히 엄마의 영역이었다. 아빠는 양육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북유럽의 슈퍼맨, 스칸대디
사실 이쿠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슈퍼맨 아빠’들은 북유럽에서 먼저 나타났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들, 곧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의 아빠들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중시하는데 이러한 북유럽식 교육철학을 가진 아빠들을 ‘스칸대디’라 부른다. 스칸대디들은 7살 이전에는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잘 놀고 잘 먹는 아이들의 일상 자체를 중요시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국가 중에서도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항상 아이를 삶의 중심에 두는, 스웨덴의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과 4~50년 전만해도 스웨덴의 아빠들도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아빠들이 가부장적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와 역할이 늘어나면서 스웨덴 정부의 주도로 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졌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480일 동안 월급의 80%를 받으면서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데 1995년부터는 아빠들도 60일 동안 반드시 육아휴직을 해야 한단다. 이렇게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이 ‘파파클럽’에 모여 육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육아의 달인이 되었으리라.
이웃에 있는 핀란드의 경우에도 90%의 아빠들이 출산 전후 1~2개월의 육아휴직을 신청하는데 이러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음으로 해서 북유럽의 아빠들은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100인의 아빠단

이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는 2011년 7월부터 “마더하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100인의 아빠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4기를 맞은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의 달인’이라는 기치 아래 아이들과 재미있는 놀이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뛰어난 육아 능력을 발휘한 아빠들은 100인의 아빠단 멘토로서 아빠들에게 매주 흥미로운 미션을 제시하고 있다. 야외활동 놀이, 음악활동 놀이, 요리 놀이, 교육놀이 등 멘토들이 제시하는 각각의 미션을 제시하는 방법대로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쯤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겠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7개 기업과 ‘아이좋아 둘이좋아’ 캠페인을 공동으로 전개한다. 네이버는 사이트 내 콘텐츠 검색을 강화해 누구나 출산 지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며 매일유업은 전 직원 및 고객 대상으로 베이비샤워 등 임신 축하·육아 지원 활동을 펼치게 된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더 많은 기업이 일·가정 균형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결혼, 임신, 출산을 장려하는 데 동참할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협약 기업과 협약 내용을 더 확대해나가겠다”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엄마와는 다른 아빠의 역할이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많은 아빠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스틸(Howard Steele) 박사가 100쌍의 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아빠와 관계가 좋았던 아이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하며 또래와의 갈등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빠의 역할이 아이의 사회성과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아빠효과(Father effects)라 한다.
스틸 박사는 연구에서 유아기에 아빠와 규칙적으로 목욕을 하지 않는 아이들 가운데 30%가 나중에 ‘심각한 교육관계 상의 문제’를 겪는 반면 1주일에 3~4회 아빠와 목욕한 아이들은 이런 경우가 3%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목욕을 통한 아빠와의 신체접촉과 따뜻한 목욕물이 결합될 때 아이의 체내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아동기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박사는 “아이는 아빠와 교감하면서 엄마라는 세계를 넘어 사회로 접어든다”며 바쁜 아빠들에게는 아이와 “목욕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주장하였다.
TV 속 ‘슈퍼맨’ 아빠들처럼 엄마의 도움 없이 48시간 온전히 육아에 힘쓰고, 아이를 데리고 매주 여행을 갈 수는 없더라도 스틸 박사의 제안대로 목욕을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빠가 해주는 마사지가 아이의 근육 발달은 물론 피부 자극이 뇌로 전달되고 마치 뇌를 쓰다듬어주는 것과 같이 정서와 지능 발달에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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