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無(무)에서 有(유)를 만드는 글쟁이, 카피라이터 작가 정철 통권volume.36
날짜 2014-12-26 17:01조회947
 
 
 
내 인생의 <한 글자>
에서 를 만드는 글쟁이,
카피라이터 작가 정철

언젠가 <메모리즈>는 카피라이터 채용공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틀 없이 자유로운 시험범위에, 정장보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옷차림이면 더 좋다는…. 이처럼 카피라이터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 뱅크들이라 삶도 독특할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메모리즈>가 생각했었다고 과거형으로 쓴 이유를 눈치 챘는가? 정철을 만나고 <메모리즈>는 카피라이터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 대신 고요한 현실을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매일을 사는 것, 그건 분명 촌스러운 유행 같은 한낱 독특함과는 견줄 수 없는 삶의 전부일 것이다.
 
글 노서림
 
 
 
제가 또 선생님이랑 인터뷰하려고 센스 있게 준비해온 컨셉이 있어요(웃음).
정철 (웃음) 뭔데요?

 
선생님의 이틀 전에 나온 신간, <한 글자>에 맞춰서 한 글자로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이 글자를 쓰셨는지는 아직 확인 못했는데요, ‘철, 길, 쇼, 날’로 잡았거든요.
정철 ‘철, 길, 쇼’는 있어요. ‘날’은 없는 거 같아요(웃음).
 
 
아, 그런가요(웃음)? 다음에는 더 연구해서 올게요. 그래도 나름 생각해서 잡아온 컨셉이니까 잘 봐주세요~.
 
 
 
About ‘철’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아, 내가 철이 들었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하셨나요?
정철 글쎄요…. 지금도 철이 안든 거 같기도 한데(웃음). 일반적으로 철이 들었다는 건 나이가 들면서 관계나 미래, 경제적인 부분들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거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철이 들면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많은 생각, 너무 많은 염려, 너무 많은 미래에 대한 준비…. 이런 것들 때문에 오히려 자꾸 스스로를 옥죄는 거 같기도 해요. 그냥 차라리 철들지 않고 쭉 살다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제 인생에서 염려, 미래, 경제적인 것들 말고 진짜로 철이 들었다는 것은 마흔 다돼서 였던 거 같아요. 제가 카피라이터로 광고 일을 20년 가까이 해오다가 어느 날 이렇게 내가 살아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정철 광고일이라는 게 재밌고 밥도 먹게 해주고 돈도 벌게 해주지만 누군가를 짓밟고 살아남아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물론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광고는 특히나 그래요. 누군가가 카피 하나로 돈 방석에 앉게 되면 누군가는 쓴 잔을 마시고 암울한 나날을 보내겠죠. 그렇게 남을 짓밟으며 올라가서 잘한다는 박수를 받으며 15~20년 일을 하다가 마흔 즈음에 ‘내가 내 잘난 맛에 이렇게 살아서는 밝은 표정으로 못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광고가 아닌 내 이름으로 글을 좀 써보자 라고 결심하게 됐어요. 사람과 배려, 감사에 대한 글들을요. 그때가 마흔 정도 됐을 때 인거 같아요. 그때부터 철이 들었다고 할까요(웃음)? 그랬던 거 같아요.

 
신기하네요.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죠? 안주하게 될 법도 한데….그럼 철이 안 들었을 때의 모습은 어떠셨어요?
정철 그냥 뭐, 광고회사 다녔고 프리랜서로 독립했고 일이 많으면 돈도 좀 벌고, 이름도 좀 나고…. 그게 전부였어요. 명예욕, 승부욕 같은 욕심이 저를 꽉 잡고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건 정말 행복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나중에 우리 집사람이 한 얘긴데요, 제가 프리랜서보다는 작가 쪽으로 무게중심을 많이 옮기고, 책을 내고, 강연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거든요. 카피라이터 때보다 수입도 덜하고요(웃음). 근데 우리 집사람 말이 지금이 훨씬 행복해 보인대요. 그때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나를 위해서 산거고, 지금도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살고 있긴 하지만…(웃음). 이제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살게 된 거죠.
그러니까 내 이름이 철인데(웃음), 참… 철없이 살았던 거 같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런 의미에서는 약간의 세상을 보는 눈이나, 사람을 보는 눈, 사회를 보는 눈이 조금 철이 든 거는 같은데 여전히 철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 있죠? 좀 철없고 순수하고 싶은 거죠~ 철은 가능하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면 마흔 전에 철이 없었다라고 하셨는데 그때 그래도 했던 일중에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일은 있었나요?
정철 음… 카피라이터가 된 거요. 그게 제일 잘했던 일인 거 같아요. 인터뷰를 할 때 질문 중에 어떻게 경제학과 나와서 카피라이터가 됐냐고 많이 물으셨는데, 제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어요. 상도 타고, 글을 잘 쓴다는 얘기도 듣고 그랬거든요.
원래 고향은 전라도 여순데 중3때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혼자 서울로 유학을 온 거죠(웃음). 근데 서울 오니까 완전히 주눅이 들었어요. 공부도 꽤 했는데 여기 오니까 잘하는 놈들이 너무 많고, 오자마자 시험을 봤는데 성적도 너무 안 좋고, 말투도 전라도 사투리니까 창피해서 말도 없어지고(웃음). 그러니까 친한 친구도 금방 안생기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글이 좋아서 글 써서 교내 백일장 시 부문에서 장원도 받고, 문학의 밤 시낭송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계기로 아는 사람도 생기고, 잘 지내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는 원래 서울 사람인 것처럼 생활했어요(웃음). 글을 쓰고 싶었으니까 국문과를 가고 싶었고, 수학을 잘 못하고 싫어하니까 당연히 문과를 갔고, 그래서 ‘국문과를 가야겠다’ 속으로 생각만하고 있다가 원서 쓸 때가 되서 국문과를 가려고 한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우리 집에 아들이 둘이 있는데 “우리 집이 무슨 선비집안도 아니고, 아들 둘이 다 국문과를 가려고하냐, 너는 경제나 경영 이런 것 좀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저희 형이 국문과를 다니고 있었거든요(웃음). 그래서 뭐, 아버지께서도 사업을 작게나마 하고 계시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경제학과를 갔어요. 근데 1년 다니고 보니까 이건 완전히 수학과인거에요.

 
네, 맞아요(웃음). 경제학과 출신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정철 제일 싫어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2학년 때 완전히 그냥 공부를 포기해버렸어요. 그리고 국문과, 신방과, 사학과 이런 수업 듣고 경제학 전공필수만 할 수 없이 듣고 시험도 친구들이 봐주고…(웃음). 대학교 4학년 때는 집에서 소설 쓴다고 하숙방에 박혀있고 맨날 술 먹고 그랬었죠, 완전 개판이었어요(웃음). 근데 4학년 때 단편소설을 하나 쓴 게 고대문학상이라는 것을 받게 되요. 처음으로 소설을 하나 썼는데 말이죠. 그때 ‘아, 이제 나 소설 써도 되나보다’ 생각하고 졸업하고 군대제대하고 와서 보니까 먹고 살아야 할 때가 됐더라고요. 근데 글써가지고 밥 벌어먹는 직업이 참 없어요~ 쫌 폼 나는 직업이 그나마 기자였는데 기자는 시험 봐봤자 무조건 떨어지는 거니까 볼 필요도 없고, 출판사는 좀 힘들 거 같고…. 그래도 경제학과를 나왔으니 일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골라서 갈 수 있을 정도는 됐어요. 그래서 시험안보고 들어갈 수 있는 대기업을 가기로 OK하고 과 사무실 오른쪽 벽을 보고 걸어 나왔어요. 왼쪽을 보고 걸어 나왔으면 아마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왜냐면 오른쪽 벽에 카피라이터 추천이라는 다섯 글자가 빛이 나면서 보이는 포스터가 보였는데 정말 빨려들어 가더라고요. 순간, ‘어, 저게 뭐지?’ 생각 들면서, 카피는 뭔지 모르겠지만 라이터잖아요(웃음). 이거 뭔가 글 쓰는 거 같다는 생각에 알아봤죠. 재밌을 거 같더라고요. 그 길에 바로 경제학과는 안주려고 하는 추천서를 억지로 하나 받아서 MBC 애드컴에 접수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가기로 했던 기업하고 광고회사 면접시험 날이 겹친 거예요.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게 된거죠. 광고회사는 합격 보장도 없었고, 집에서는 당연히 기업에 가라고 했는데 저는 결국 광고회사를 선택했어요. 이 기업은 그냥 가면 됐거든요. 근데도 그냥 끌리는 광고회사로 갔어요. 합격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맨 꼴찌로 합격했더라고요(웃음).

 
턱걸이셨군요(웃음)?
정철 네(웃음). 턱걸이로~ 그렇게 첫 직업이 카피라이터, 첫 직장이 광고회사가 됐어요.  이때의 선택을 반 농담 식으로 내가 오른쪽 벽을 보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단순히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글 써야지, 글 써야지,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키워왔기 때문에 그게 보였던 거겠죠. 그러면서 카피를 6개월~1년 써보니까 너무 재밌고 내 글이 소설보다는 카피에 훨씬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그 다음부터 소설 다 포기하고 카피만 썼어요. 처음에는 ‘월급 받아서 소설 써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하다 보니 ‘소설은 조정래 씨나 공지영 씨가 쓰는데 내가 굳이 쓸 필요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웃음). 그렇게 쭉, 15~20년을 살아왔어요.
근데 카피라이터는 남의 얘기를 대신해주는 사람이잖아요, 남의 얘기만 대신해주다보니 이젠 내 얘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내 생각을 그대로, 날 것으로 사람들에게 던지면 그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나온 게 5년 전에 <내 머리 사용법>이었어요. 근데 오우, 이게 막 팔려서 돈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왜 내 책을 살까?’라는 생각을 해보니까 ‘카피라이터가 쓴 에세이는 좀 다르다’ 라는 반응이 있었던 거 같아요. 굉장히 짧고 군더더기 없고 발상도 좀 역발상 같은 게 많고… 이런 반응들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1년에 한권 씩 책을 쓰게 됐고, 엊그제 나온 이 책(<한 글자>)까지 나오게 된거죠.

 
그럼 철이 들고 제일 잘한 일은 책을 쓰신 거네요?
정철 그렇죠~. 그게 철이 들면서 가장 잘한 일이고 철이 들기 전에 가장 잘한 일은 카피라이터가 된 것 같아요. 그 때 기업에 가서 넥타이 메고 다닐 수 있었는데 안간 이유는 제가 결정적으로 넥타이를 잘 못 맺거든요(웃음). 복장 자유롭고 장발도 되고…, 뭐 이런 데가 저한테 맞을 거 같았어요(웃음).
 
 
 
About ‘길’

이제 두 번째 제시어, ‘길’인데요, 선생님이 진짜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보고 나왔다면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계셨을까요?
정철 신입 사원 되서 넥타이 메고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까지 일하고 외국에 출장을 갈수도 있었겠죠(웃음). 근데 제 생각엔 그것도 최대 3년하고 못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뭔가 다른, 이런 비슷한 일을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범한 직장생활을 제가 오래 하진 못했을 거 같아요. 만약 이라는 가정이래도 이 근처 어딘가에서 기웃거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제 생각에도 선생님이 계속 글을 갈망해오셨으니까 비슷한 일을 하긴 하셨을 거 같아요.
정철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가 글로만 살았거든요. 그래서 글을 빼고 생각하기가 사실 지금은 좀 힘들어요(웃음). 근데 기업 쪽으로 계속 갔었다면 뭐, ‘한 때 문학소년이었다’로 끝났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제 생각에 저는 뭔가 저지르지 않았을까….

 
‘한 때 문학소년이었다’ 이 말, 가슴이 아프네요~. 그럼 여기서, 만약에 시리즈 끝장판으로, 만약에 내가 완전히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정철 똑같이 태어나서 다시 살라고 한다면 또 카피라이터 할 거 같아요(웃음). 이보다 더 재밌는 직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처음부터 작가로 등단하셔도 되지 않아요?
정철 작가로요? 아니요. 저는 카피라이터 작가가 좋아요. 그냥 문학하는 작가는 재미없을 거 같고…, 좀 반짝반짝한 작가를 한다면 같이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카피라이터를 빼고는 재미가 없을 거 같아요. 둘 다 같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모르죠, 지금부터 3년 후에 소설이 너무 쓰고 싶어질지도(웃음). 사람일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으니까요~ 막 사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웃음).

 
선생님이 추구하는 소설의 색깔이나 방향이 있으세요?
정철 아뇨, 전혀 없어요. 저는 소설이랑 관계없어요~ 소설을 쓸 생각도 아직 없고요. 이 <한 글자>라는 책은 262가지, 한 글자들을 풀어놓은 책인데 이건 정말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책이잖아요. 저는 저 혼자 ‘대한민국에서 짧은 글을 제일 잘 쓰는 작가다’ 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이것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볼까 생각중이에요. 근데 아마 다음 책은 후배들을 위한 카피라이팅에 대해 써야 할 거 같아요. 언젠가는 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미뤄왔는데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을 거 같아요(웃음). 그 다음 책은 모르겠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나오겠죠?
 
 
 
About ‘쇼’

보여주기 싫은 모습과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정철 거의 제가 하루 종일 여기(‘정철 카피’ 사무실)에 있거든요. 그러다가 해가 지면 집이나 근처에요. 여기서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 있어요. 사람들은 작가라고 하면 독서를 엄청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등산도 잘하고…, 뭐 이런 작가에 대한 환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여기서 그냥 담배나 피고 있고 저녁 되면 술 마시고 그런 모습들(웃음)? 현실과 사람들의 생각과의 괴리들이 좀 보여주기 싫죠(웃음). 일부러 감추고 그러진 않지만 봐서 좋을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똑같은 거 같아요. 이렇게 자유롭게 설렁설렁 사는 게 오히려 더 재밌는 글을 만들 수 있는 생활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요.

 
그거 말고 대놓고 진짜 자랑할 만한 거, 큰 거 한 방 없나요?
정철 음… 그런 게 어딨겠어요~(웃음)

 
카피로 몇 개 뭐 떨치고, 책 많이 팔린 거 그런 거 있잖아요~
정철 5년 전에 쓴 <내 머리 사용법>이 쭉 팔리고 스테디셀러로 올라갔고 <한 글자>라는 이 책이 정말 제 색깔이 가장 잘 묻어있는 책이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런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자랑하고 싶어요. 기자님이 이 책을 중심에 놓고 기사를 써주면 고맙겠죠(웃음)?

 
그래서 제가 또 센스있게 인터뷰 컨셉을 한 글자로 잡았잖아요~. 이렇게 제 자랑 하게 되네요(웃음).
정철 아! 또 있어요. 집이 이 근처거든요. 새벽 네 시나 다섯 시에 일어나면 여기(사무실)에 와요. 그러면 3-4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는데 그때가 가장 집중력이 높은 시간이에요. 그때는 아무도 저를 방해하지 않거든요. 그 시간에는 전화도 안 오고 SNS나 택배도 안 오고요(웃음). 낮에 졸리면 집에도 다녀오고 그러는데 무질서 속에서 나름대로 집중해서 보내는 시간이 꼭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요.

 
오… 진짜 아침 형이신데요?
정철 새벽 형이죠. 이제 나이가 먹어서 아침잠이 없어요(웃음).

 
책을 보니까 강연을 할 때와 일상의 모습에 대해 간략하게 쓰셨더라고요. 선생님의 원래 모습은 어떠세요?
정철 저는 원래 내성적이에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청중들을 모아놓고 무대에서 강연이나 연설을 한다는 건 제 인생이랑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못해요, 떨려서 절대 못해요. 근데 책이 좀 팔리니까 인터뷰가 좀 들어오더라고요. 그때마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에 ‘대체 이런 발상은 어떻게 했나’ 라는 거였는데 매번 물으시니까 무기를 하나 들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걸 내가 어떻게 썼지 생각하고 그 상황들을 정리해보니까 두 시간짜리 강연이 되더라고요. 처음 교보문고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강연했을 때 무지 떨렸는데 그래도 무사히 마쳤어요. 그 후에 회사나 학교에서 강연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한번 두 번 하기 시작했는데 강사가 된 것처럼 어느 샌가 무지하게 강의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와~ 잘하셨나보네요~
정철 말을 잘했다기보다는 그냥 제 경험을 재밌게 잘 했던 거 같아요. 챕터나 PPT도 좀 더 재밌게 하려고 노력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발상의 전환’ 이런 쪽에 강연할 사람이 별로 없나 봐요(웃음). 남 앞에서 강연하는 일,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이것도 한두 번 해보니 된다는 거죠~ 지금은 별로 안 떨고 해요. 김제동씨처럼 재밌게 하지는 못하지만은 그럭저럭 저만의 색깔을 갖은 거 같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세상에 나한테 끝까지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는 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내가 자신이 없더라도 무조건 뒤로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정말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잘 다가오는 거 같아요(웃음). 혹시 선생님을 둘러싼 평가라던가 별명·애칭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정철 제 카톡에 뭐라고 써있냐면, ‘영어 못하는 정철’이라고 써있어요. 정철은 영어를 잘하잖아요. 정철영어(웃음). 사람들이 어렸을 때 제 이름을 보면 관동별곡을 쓴 정철을 말했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다 정철 영어 이런 생각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카피라이터 정철, 아주 조금은 알려진 거 같아요. 그래도 정철영어야? 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예 영어 못하는 정철이라고 써놨어요(웃음).

 
선생님은 카피라이터로 불리고 싶으세요, 작가로 불리고 싶으세요?
정철 둘 다요. 둘 다 놓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어요.
 
 
 
 
About ‘날’

마지막으로 날인데요, 선생님의 버킷리스트 궁금해요.
정철 없어요, 막 산다니까요(웃음).
 
진짜 하나도 없어요?
정철 이런 건 있죠. 내가 죽는 날 까지 하고 싶은 것은 ‘1년에 한 권씩 책을 꼭 내야겠다. 또 막 살다가 땡기는 것이 있으면 하자’ 이런 거요(웃음). 뭘 해야지, 해야지, 갖고 있으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버킷리스트 같은 건 없어요.

 
여행은 관심 없으세요?
정철 게을러요(웃음). 아주 가끔 가기도 하는데 그렇게 즐기진 않아요.

 
어떻게 보면 유유자적인데, 어떻게 보면 게으름의 정점 이신 거 같기도 해요(웃음).
정철 게으름이라는 단어가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같아요(웃음). 게을러서 글을 쓸 수 있는 거고요. 하도 앉아있으니까 저희 집 사람이 속옷이 빵꾸가 날 정도로 앉아 있는 다며(웃음). 그건 제일 자신 있거든요. 남들은 답답해서 오래 못 앉아있겠다고 하는 데 전 그걸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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